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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사람들은 왜 아직도 컨퍼런스에 갈까
정보보다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대의 행사
지난 주말에는 매년 열리는 San Francisco Fleet Week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직접 보러 가지는 못했는데,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 외곽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니 경비행기가 하늘에 ‘USA’라는 글자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참 미국답다는 생각이 들면서, Fleet Week는 못 봤지만 이것이라도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에 누군가 티켓을 주셔서 TechCrunch Disrupt에 다녀왔습니다. 몇 시간 정도 행사장을 둘러봤습니다.
한때 Disrupt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중요한 테크 행사 중 하나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연사로 나오는지, 어떤 스타트업이 발표하는지,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곳에 온 걸까?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서일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듣고 싶은 연사가 있어서일까요?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TechCrunch Disrupt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닙니다. 저는 최근 많은 대형 테크·벤처 컨퍼런스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컨퍼런스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이고, 그것만으로도 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컨퍼런스 자체보다 그 행사 때문에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참석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형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저는 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그 행사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이미 여러 미팅과 사이드 이벤트 일정을 잡아두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컨퍼런스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기회를 끌어당기는 일종의 ‘중력’을 만들어냅니다.
다만 사람들이 실제로 교류하고 싶어 하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Tech Week가 흥미로운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거대한 행사장에 모으는 대신,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소규모 이벤트가 열립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 커뮤니티, 만나고 싶은 사람에 따라 원하는 이벤트를 선택합니다.
정반대의 전략도 가능합니다. 행사를 아주 작고 배타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참가자를 신중하게 선별한다면, 그 공간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만나볼 가치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사의 가치가 됩니다.
반대로 점점 애매해지는 것은 그 중간에 있는 대규모 종합 컨퍼런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천 명이 한곳에 모이지만, 정작 각자가 무엇을 얻기 위해 그곳에 왔는지는 점점 불분명해지는 형태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거의 모든 서비스가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AI는 이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만나고,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컨퍼런스는 그런 인간관계를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서비스들이 범용적인 형태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했듯이, 컨퍼런스 역시 ‘모두를 위한 하나의 큰 행사’에서 ‘각자에게 맞는 작은 행사’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인간관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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