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VC펀드투자에서 소싱vs피킹 무엇이 더 중요?

소싱 만큼 중요한 피킹

저번 주말에는 나파에 다녀왔습니다. 와이너리에 가지는 않았지만, 편한 사람들과 예쁜 자연 속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릴랙스할 수 있었습니다. 와인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지만, 포도밭에서 바로 따 먹는 포도 맛도 일품이었고요!

벤처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벤처투자의 핵심 프로세스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눕니다. Sourcing, Due Diligence, Winning, Value-add. 좋은 투자 기회를 찾아내고, 제대로 평가하고, 경쟁이 있는 딜을 따낸 뒤, 투자 이후 성장을 돕는 과정입니다.

얼리 스테이지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이 가운데 소싱(Sourcing)의 중요성이 특히 큽니다.

좋은 스타트업의 투자 라운드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경쟁이 치열한 경우 불과 몇 주 안에 라운드가 끝나기도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 판단 능력이 있어도 좋은 창업자를 다른 투자자보다 늦게 만난다면 투자할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초기 단계 VC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좋은 창업자를 얼마나 일찍 발견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렇다면 펀드 투자는 어떨까요.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합니다. 좋은 펀드매니저를 찾아내고, 평가하고, 원하는 allocation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와 펀드 투자를 모두 해본 경험으로 보면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펀드 투자에서는 소싱만큼이나 피킹(Picking)이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투자 대상의 수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새로운 벤처펀드가 만들어집니다.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지만, 스타트업의 숫자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특히 Fund I, Fund II와 같은 emerging manager 시장 혹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마이크로 VC로 범위를 좁히면, 충분한 네트워크와 리소스를 가진 LP라면 시장의 많은 부분을 커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매년 수백 개의 VC 펀드를 만납니다.

물론 이를 지속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결국 전문적인 LP에게는 “좋은 펀드를 만날 수 있느냐” 자체만으로 지속적인 차별화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깁니다.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은 매우 빠르게 끝날 수 있지만, 벤처펀드의 펀드레이징은 몇 달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VC라도 스타트업의 hot round처럼 모든 판단을 며칠 만에 끝내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LP에게는 시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GP를 여러 번 만나고, 레퍼런스 체크를 하고, 과거 투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다른 펀드들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결국 펀드 투자의 핵심은 “좋은 펀드를 찾는 것”뿐 아니라 “좋아 보이는 펀드들 가운데 정말 뛰어난 펀드를 골라내는 것”입니다.

물론 이 피킹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좋은 성과가 실력인지 운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GP는 훌륭한 스토리텔러입니다. LP는 그 이야기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반복 가능한 경쟁우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좋은 펀드 투자자가 되려면 결국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Coverage입니다. 좋은 펀드를 최대한 많이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입니다.

다른 하나는 Selection입니다. 충분히 넓은 universe를 확보한 뒤, 그중 어디에 실제로 자본을 배분할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좋은 펀드를 많이 보는 것과, 그 가운데 정말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입니다.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최고의 창업자를 남들보다 먼저 발견하는 것이 큰 경쟁우위가 될 수 있습니다. 펀드 투자는 조금 다른것입니다.

먼저 보는 것보다 많이 보고, 또 그중에서 제대로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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