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투자가 아니라 '한 방'을 찾는 사회

벤처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면서

지난주 첫째가 다니고 있는 프리스쿨 반을 졸업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같은 학교를 1년 더 다니지만, 어느덧 이곳에서만 벌써 2년을 보냈네요.

선생님들과도 많이 가까워졌고, 거의 모든 학부모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둘째도 입학해 자매가 함께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좋은 학교를 만난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은 정말 기쁘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Graduation Ceremony

최근 Forerunner Ventures의 전 GP였던 Brian이 운영하는 Tactile에서 발간한 State of Consumer 2026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보고서 전체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특히 한 페이지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내용은 Polymarket과 Kalshi 같은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플랫폼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플랫폼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부를 축적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보고서에 나온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 상승이 불가능해 보일 때, 재정적 자유를 얻을 5%의 확률은 제자리에 머물게 될 100%의 확률보다 더 나은 선택으로 느껴진다."
"When upward mobility feels impossible, a 5% chance of financial freedom feels better than a 100% chance of standing still.

Polymarket과 Kalshi는 스스로를 예측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집단지성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정치, 날씨, 연예인 뉴스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사건에 돈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은 도박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로 Polymarket에서는 약 70%의 이용자가 손실을 보고, 전체 수익의 67%를 상위 0.1%가 가져간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특히 저소득층 사람들이 '로또형 투자(Lottery-like assets)'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저는 이 내용을 보며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이 왜 그렇게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국민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구조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서울에서 좋은 아파트를 월급만으로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 결과 암호화폐는 하나의 대안이 되었습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밈주식(Meme Stock), 스포츠 베팅, 암호화폐, 그리고 예측시장까지.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같습니다.

적은 돈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

반면 진짜 큰 부를 만들어낸 투자 기회는 여전히 소수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는 한 대형 패밀리오피스는 xAI에 500만 달러, 즉 약 70억을 투자해 1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다른 투자 성과까지는 알 수 없어 전체 수익률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에서 얼마나 큰 부가 만들어지는지는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근 AngelList는 일반 투자자도 비상장 기술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USVC를 출시했습니다. 상품 자체의 성과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처투자는 조금씩 민주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도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듯이, 벤처투자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 시장은 미래에 돈을 거는 곳입니다. 반면 벤처투자는 미래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시장입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후자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생산적인 투자 기회가 소수에게만 허용된다면,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한 방'을 노리는 투기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References:

State of Consumer 2026 — Tactile Ventures. Spending in America has shifted. Quietly. There’s a growing - https://tactilevc.com/notes/state-of-consumer-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