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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성공보다 실패한 투자를 더 크게 보는 시장
미국 VC 시장에는 있고, 한국 VC 시장에는 없는 것
지난주 화요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 근처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문득 '여기는 진짜 매력 있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가 결코 가장 깨끗하거나 안전한 도시는 아닙니다. 하지만 도시의 매력이라는 게 꼭 그런 조건들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옛날 일본 밴드인 러브 사이케델리코(LOVE PSYCHEDELICO)의 노래가 듣고 싶어지는 밤이었습니다.
24th St. Mission역 근처
미국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정교한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위험한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벤처 투자는 긴 호흡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SpaceX가 상장하기까지는 24년이 걸렸습니다. OpenAI 역시 2015년에 설립되어 이미 11년 차에 접어든 기업입니다. 세상을 바꿀 만한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일반적인 투자자나 기업, 정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종종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2018년에 OpenAI를 처음 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에는 이 회사가 지금과 같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은 모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이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다수의 실패를 받아들입니다. 미국의 경우 소수의 압도적인 성공이 나머지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고, 때로는 세상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 기업에서 근무했고, 한국과 일본의 많은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문화적 차이를 자주 느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성공한 투자에 대한 칭찬보다 실패한 투자에 대한 비판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패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면,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기회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투자만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돈이 많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수많은 실패보다 소수의 압도적인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이해가 핵심입니다.
한국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벤처 투자의 본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최소한 벤처 시장에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에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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