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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늘어나는 마이크로 VC 펀드 오브 펀즈
전문 FoFs의 증가가 보여주는, 하나의 자산군으로서의 성숙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제가 참가한 대회는 Golden Gate Bridge를 바라보며 달리는 Presidio Marathon이었습니다.
마라톤이라고는 해도 5K였지만, 우선은 “한번 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10K 정도까지는 정기적으로 뛰곤 했지만, 그것도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체중도 적어도 15kg은 늘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5K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28분이 조금 안 되는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10K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10K를 뛴 와이프가 금문교에서 찍은 사진
한국에서는 Fund of Funds (이하 FoFs), 이른바 모태펀드라는 구조가 아직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VC 시장에서는 애초에 FoFs가 담당해야 할 기능이 그만큼 강하게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FoFs의 주요 역할은 LP와 펀드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특히 펀드 수가 매우 많거나, 우수한 펀드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선별하고, LP를 대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FoFs의 가치가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처럼 VC 시장 규모가 매우 크고 펀드 수도 많은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FoFs가 존재해 왔습니다.
저는 미국의 FoFs를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프라이빗에쿼티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자산운용사 계열 FoFs입니다. 바이아웃 펀드나 크레딧 전략 등을 주로 다루는 플레이어들로, 한국에도 다수 기관투자자 고객 기반을 보유한 HarbourVest, StepStone, Hamilton Lane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들은 규모가 매우 크며, 펀드 사이즈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역사적으로 바이아웃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에, VC에만 특화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는 대형 VC Fund of Funds입니다. 이는 VC에 특화된 FoFs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VC 펀드 투자는 어떤 의미에서 “액세스 게임”이었습니다. 즉, Sequoia, Benchmark, Founders Fund, a16z와 같은 유명 VC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제한된 allocation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핵심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카테고리의 FoFs는 주로 탑티어 VC에 대한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가치로 삼아 왔습니다. Top Tier Capital Partners, TrueBridge, Next Legacy 등이 이 영역의 대표적인 플레이어입니다.
세 번째가 제가 속해 있는 마이크로 VC 전문 소형·중형 FoFs입니다.
신흥 VC와 마이크로 VC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20년 전후로, 이 카테고리에서도 몇몇 플레이어가 등장했습니다. 제가 2021년에 설립한 약 750억 원 규모의 GREE LP Fund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동기’ 플레이어로는 Pattern Ventures, Levels, Slipstream, Screendoor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략 200억 원 에서 100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주로 마이크로 VC와 신흥 VC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세 번째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미국 마이크로 VC에 투자하는 FoFs나, 남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마이크로 VC에 투자하는 FoFs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매우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자산운형사 FoFs나 대형 VC FoFs는 운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마이크로 VC에 투자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펀드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 어렵고, 설령 투자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전체 펀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1조 원 규모의 FoFs가 200억 원 규모의 마이크로 VC에 투자하려고 해도, 출자할 수 있는 금액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큰 금액을 출자하면 해당 마이크로 VC의 LP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집니다. 반대로 너무 적은 금액을 출자하면 FoFs 전체 수익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즉, 마이크로 VC 투자에는 펀드 사이즈의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과제가 존재합니다. 이 점에서 마이크로 VC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FoFs에는 명확한 존재 의의가 있습니다.
물론 대형 VC FoFs 중에도 메인 펀드와 별도로 마이크로 VC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또한 Cendana처럼 비교적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이크로 VC 투자에 특화된 플레이어도 존재합니다. 다만 마이크로 VC 투자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전용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대형 VC FoFs의 가치가 “유명 펀드에 대한 접근”에 있다면, 마이크로 VC 전문 FoFs의 가치는 조금 다릅니다.
마이크로 VC의 경우 아직 브랜드가 확립되지 않은 펀드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가 정말로 뛰어난 신흥 매니저인지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매니저를 발굴하고, 선별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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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이크로 VC나 신흥 VC에 대해 알고 있는 투자자는 아직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마이크로 VC란 무엇인가”, “왜 대형 VC가 아니라 소형 VC에 투자해야 하는가”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VC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도 늘어나고 있고, 소형 펀드가 왜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예전보다 넓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물론 저 역시 이 블로그 등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를 해 왔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역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증가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장 전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일부 사람들만 이해하고 있던 마이크로 VC 투자가 조금씩 하나의 투자 카테고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