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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후기 단계 벤처 투자는 새로운 서브프라임인가
이들이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가격이 상당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SF Chronicle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약 9%나 올랐다고 합니다.
그 배경 중 하나로는 세컨더리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OpenAI와 같은 비상장 기업들의 스톡옵션 텐더 오퍼가 늘어나고, 현금을 확보한 개인들이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최근 그로스 시장 트렌드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사이드 이펙트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집주인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주인이 저에게 방을 빼라고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평화로운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지역
최근 제가 깊이 존경하는 한 기관투자자와의 대화에서, 다소 불편하지만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바로 오늘날의 후기 및 성장 단계 벤처 투자가 점점 서브프라임과 닮아가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이 비교는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논리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은 금융 공학에 있었습니다. 질이 낮은 자산들을 묶어 겉으로는 건전해 보이는 구조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려졌을 뿐입니다.
비슷한 현상이 오늘날 성장 단계 벤처 시장에서도 일부 관찰됩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충분히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그때마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이 설정됩니다. 새로운 투자자가 참여하는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기존의 서사는 사실상 “리셋”됩니다. 불확실하거나 결함이 있을 수 있는 자산도 새로운 기회처럼 재포장됩니다.
이 문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됩니다. 공모 시장은 정보가 풍부하고 지속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만, 비상장 시장은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분석 역시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저는 Anduril의 후기 투자 라운드에 참여할 기회를 제안받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미 알고 있는 정보나, 빠르게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기반해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산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성장 단계 펀드, 세컨더리 펀드, SPV 등을 통해 투자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었고, 많은 LP들이 초기 단계보다 후기 단계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PitchBook과 NVCA 자료에 따르면, 메가딜이 전체 벤처 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수요는 분명 존재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서브프라임과의 유사성은 한계를 드러냅니다.
서브프라임 자산과 달리, 오늘날의 후기 단계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취약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뛰어난 기업들도 많습니다. Anduril, OpenAI, Databricks, SpaceX와 같은 기업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이 논쟁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브프라임 대출처럼 무조건 나쁜 자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밸류에이션은 크게 변동할 수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역사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Uber와 WeWork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산업 자체를 변화시켰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Uber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8천만 명에 달하며,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초기 투자자들은 이후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오늘날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위험은 기업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의 과도한 낙관 속에서 가격과 가치의 경계가 흐려지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의 역할은 이러한 기회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명확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모멘텀을 쫓기보다는, 꾸준히 초기 단계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야말로 여전히 가장 견고한 접근일 것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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