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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최근 들은 ‘그 스타트업은 잘 안 될 거야‘라는 말
낙천적인 VC와 비판적인 전통적인 산업 전문가 사이의 줄다리기
오스틴 출장 마지막 날, 행사장 바로 옆 바에서 제가 좋아하는 블루스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전 잠깐 들렀는데, 사람도 거의 없고 모르는 곡이었지만 라이브 음악 특유의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대학 시절 거의 매주 연주하던 때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충분히 사치스러운 시간이었고 좋은 재충전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저는 텍사스 오스틴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기술과 문화가 뒤섞이는 거대한 행사인 SXSW,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방위 기술을 중심으로 한 컨퍼런스인 Tectonic이었습니다. 공항과 다운타운이 매우 붐볐던 것을 제외하면 짧지만 인상적인 출장 일정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녁 행사에서 전설적인 투자자인 Bill Gurley를 직접 보고, 생각보다 훨씬 키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저희 출자 펀드 중 하나가 주최한 아침 모임이었습니다. 해당 펀드는 방위 및 우주 산업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 행사에는 대기업, 벤처 투자자, 그리고 방위산업 분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소규모로 모였습니다.
제 맞은편에는 원자력 산업에서 일하는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대형 원자력 기업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저는 요즘 VC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Radiant라는 회사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Radiant는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군이 전장에 직접 운반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원자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Rendering of Radiant's Kaleidos reactor in a remote military post (from DCVC website)
그분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는데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회사는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벤처 업계에서는 Radiant를 하드테크·방위·재산업화 흐름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앤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DCVC와 같은 저명한 VC로부터 상당한 투자금을 유치했고, 기업가치도 18억 달러($1.8B)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출자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 회사에 대해 실제 원자력 업계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단정적으로 회의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꽤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분의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명확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형 전통 기업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Radiant 같은 회사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옳은지는 결국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점이 있습니다. 벤처 업계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과 회사를 믿고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며 같은 이야기만 반복되는 에코 챔버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업계 밖에서 들려오는 다른 시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Radiant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고 싶은 질문들이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분이 원래부터 원자력 산업에 있던 분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소비재 마케팅과 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최근에 이 분야로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다소 ‘비매력적인 산업’으로 여겨졌던 원자력 분야로 이런 인재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하나의 중요한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 흐름은 Radiant와 같은 새로운 기업들에도 이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외부 인재 유입이 계속된다면, 설령 Radiant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업계 전체의 흐름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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