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출자한 VC가 엡스타인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면?

벤처펀드에 있어 이러한 평판 리스크는 존재론적 위기와도 같다

이번 주말은 미국에서 월요일이 휴일이라 타호 지역의 스키장에 갔습니다. 첫째 딸의 친구들이 하나둘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인생 첫 스키를 경험하러 온 것입니다. 이동 시간에 아이들 옷을 입히고 장비를 챙기고, 스키 렌탈까지 마치니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드디어 몇 번 자세를 잡아보고, 스키를 타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막 시작하자 딸아이는 이제 숙소로 가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저와 아이프에게는 이런 순간 하나하나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샤워를 마치고 숙소에서 마신 캔맥주 한 잔이 참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땀을 많이 흘려서가 아니라).

Silver Lake

현재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에 이름이 언급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단 두 명입니다. 그중 한 명이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된 Day One Ventures의 마샤 부허(Masha Bucher)입니다. 과거에는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제한적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상당히 밀접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벤처펀드에 있어 이러한 평판 리스크는 존재론적 위기와도 같습니다. LP들은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녀가 다음 펀드를 조성하는 일 역시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벤처캐피털에서 평판은 단순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자산이 훼손되면 회복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LP 입장에서는 특히 불편한 현실입니다. 사후적으로 보면 “왜 그 위험을 미리 보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평판 리스크는 사전 실사만으로 완벽히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LP의 언더라이팅은 전략, 성과, 판단력, 이해관계의 정렬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개인적 스캔들을 탐정처럼 파헤치는 데까지 나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LP들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탄탄하다면, LP들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재무적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로는 경제적 가치가 평판 리스크를 상쇄하기도 합니다. 헤드라인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렵다면, 세컨더리 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저 역시 세컨더리 투자자로서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전제 조건은 분명합니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하며, 가격 또한 합리적인 수준의 할인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면 LP들의 입지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심각한 평판 사건은 GP가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실질적으로 저해할 수 있습니다. 딜 소싱, 후속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전반적인 실행력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LPA에 따라 키맨 조항이 발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LP 입장에서 이러한 리스크를 투자 전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분산 투자가 중요하며, 가능한 한 펀드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를 통해 GP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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