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한 나라에 집중하는 GP를 선호하는 이유

멀티 리전 전략은 난이도가 높다

제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디스트릭트는 멕시코계 주민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입니다. 최근 미네소타에서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바로 지난주 집 근처에서 ICE를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 포스터는 이틀 뒤 사라졌습니다만…). 또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도 관련 데모가 열리는 모습을 보니, “드디어 우리 동네까지 이 문제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번주 몇몇 GP분들께서 주최한 디너 행사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러한 자리는 늘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GP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교류해 왔던 GP분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며, 여러 LP 지인들과도 근황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호스트 중 한 분은 미국과 유럽 양쪽에 투자하고 있는 GP였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특히 투자 단계가 초기로 갈수록, 단일 펀드가 여러 지역에 걸쳐 투자하는 전략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그 이유를 물어보셨고, 좋은 질문이라고 느껴져 제 생각을 정리해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단일 시장을 제대로 커버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어렵습니다.

미국 시장만 보더라도 규모가 매우 큽니다. 한국 시장 역시 충분히 크며, 그 안에서 ‘최고 수준’의 운용사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관점에서 보면, GP가 하나의 시장에 100%의 에너지를 집중해 자신만의 전략으로 그 시장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말할 때, 훨씬 더 높은 확신을 갖게 됩니다.

둘째, 지역이 분산될수록 GP에 대한 평가 난이도가 크게 높아집니다.

펀드 오브 펀즈 투자자로서 저의 목표는 최고의 운용사를 선별하는 것입니다. GP가 두 개 이상의 지역에 투자할 경우, 각 지역에서 모두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기준 자체가 훨씬 더 높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며, 그만큼 성공 확률은 낮아집니다. 제 입장에서는 각 지역별로 가장 뛰어난 GP를 각각 선택하는 편이 모든 지역에서 다 잘하는 GP를 찾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이는 제 개인적인 언더라이팅 한계이기도 합니다.

미국 시장만 보더라도 충분히 방대합니다. 저는 매년 약 300개의 미국 펀드를 만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떤 펀드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감을 갖추게 됩니다. 일본과 한국 역시 인적 네트워크와 시장 이해도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지역입니다. 다만 유럽과 같은 다른 지역의 경우, 현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책임 있는 평가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어떤 GP가 자기가 ooo랑 같이 비즈니스를 했고 xxx라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야 라고 했을 때 그 ooo이나 xxx에 대해 애초에 모르면 그 가치를 평가하기 힘들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초기 단계 투자에서는 여전히 물리적 접점과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화상회의가 일상화된 시대이지만, 특히 초기 단계 투자에서는 IRL, 즉 직접 만나서 형성되는 관계와 신뢰가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딜 소싱은 대부분 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물리적인 거점이 없는 시장에서 딜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LP 투자 전략 자체에 제약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LP들로부터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전제로 자금을 모집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벗어나는 투자는, 저희 투자자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저는 일반적으로 여러 지역에 걸쳐 투자하기보다는, 단일 지역에 깊이 있게 집중하는 펀드를 선호합니다. 벤처 투자에서 집중은 제약이기보다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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