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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기업의 전략투자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마인드셋
스타트업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구축이 중요
저번 주에는 첫째가 처음으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이라고 해도 흔히 말하는 공부 학원이 아니라, 주말에 댄스 클래스를 다니기 시작한 건데요, 워낙 평소에 춤추는 걸 좋아하다 보니 첫 학원으로는 꽤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주변을 보면 인기 있는 방과 후 활동은 대략 축구, 댄스, 수영 정도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축구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이고, 댄스 스쿨은 집 근처에 있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K-pop 스타의 커리어가 시작되었구나!ㅎㅎ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AGI시대가 오게 되면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AI 시대에 오히려 더 매력적인 직업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잠시 해보게 됩니다ㅎㅎ
지난주, 미국에 주재하고 있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일본 CVC 담당자분들과 캐치업을 하였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일본과 미국을 막론하고 전략적 투자나 스타트업 협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이른바 ‘캐처(catcher)의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들은 매일같이 네트워크를 넓히고 관계를 구축하며, 유망한 스타트업과 VC를 발굴해 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안건을 가지고 돌아와도,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개발을 해야 하는 회사 내의 사업부, 즉 이른바 캐처가 적극적이지 않다면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이는 CVC 담당자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이라도 사업부가 '노'라고 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사내 정치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CVC 담당자들의 역량과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느낍니다.
국내에서 투자활동을 하는 경우, 캐처 측의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CVC담당자가 입는 대미지는 비교적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CVC의 모회사가 널리 알려진 기업일수록 그렇습니다. 설령 사업부의 관심이 높지 않더라도, “그 회사라면 그럴 수 있다”라는 식으로 일정 수준의 이해와 납득을 얻기 쉽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누구나 아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전 회사인 리크루트의 CVC에서 일하던 당시, 리크루트라는 회사 자체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리크루트는 현대차의 두 배 가까운 규모인 130조 원의 시총을 가진 대기업이며 일본에서는 누구나 아는 회사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미안하지만 회사 측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온도감이나 배경까지 포함해 정확히 상대방인 미국의 스타트업에게 전달하는 것 은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담당자분들께 자주 드리는 말씀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사내 조율)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타트업이나 VC와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회사 소속 CVC’로서 스타트업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업계 프로페셔널로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해당 스타트업을 가볍게 훑어본 뒤 “일단 재미있어 보이니 사내에 던져보자”는 스탠스가 아니라, 그 사업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정말 흥미롭다고 느끼고, 회사에도 의미 있는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드는 대상만을 선별해 사내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을 할수록 상대방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신뢰도 쌓입니다.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스타트업을 위해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억지스럽지 않게 전달됩니다.
사람은 이런 진정성을 놀랄 만큼 민감하게 느낍니다. “이 사람은 정말 나를 위해 사내에서 최선을 다해줬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설령 사내 캐처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결국 협업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더라도, 해당 스타트업이나 VC와의 관계는 남게 됩니다. 노력했다는 사실은 상대에게 전해지고, 그 신뢰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시아인들은 대체로 성실한 편이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회사 탓을 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회사 중심이 아니라, “나 자신과 에코시스템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점을 가지게 되면, 담당자 개인의 커리어도 더욱 풍부해집니다. 그리고 결국 그 결과는 회사에도 더 좋은 기회를 끌어오는 형태로 돌아옵니다. 즉, 이 접근법이야 말로 보다 Win-Win이고 건강한 방식인 것입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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