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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벤처캐피탈의 기관투자가화 vs 컬트적 행동
적절한 밸런스와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6년 새해가 밝았고, 저는 42살이 되었습니다.
북부 캘리포니아는 연말연시 계속 비가 내렸지만 (1월4일 현재에도), 생일 당일 아침에는 이중 무지개가 나타났습니다. 벌써 42번째이다 보니 무지개 정도로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라는 착각에 빠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밝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올해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시 방문중이던 Monterey에서 찍은 사진
벤처캐피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벤처시장 자체가 제도적(instutiotnalized)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제도적인 체제는 점점 피할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펀드의 크기에 따라 어떤 포지션을 가져가야 하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산업이 양분되고 있다는 점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상위 30~40개 정도의 대형 플랫폼 펀드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훨씬 작고 전문화된 매니저들로 이루어진 롱테일이 존재합니다. 한국 시장도 이렇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이 기회를 2019년에 착안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돌이켜 보면 그 때 부터 이 시장의 기회를 인식하고 활동을 집중해 온 점을 다행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대형 플랫폼은 강력한 브랜드의 혜택을 누립니다. 브랜드는 인재, 투자기회 그리고 더 많은 LP자본을 끌어들입니다. AUM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수록, 이들 펀드는 자연스럽게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믿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즈는 커졌지만 펀드자체가 제도적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형 VC 펀드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VC시장이 성장하고 관리하는 자본의 규모 자체가 커질수록 이들 펀드들의 운영방식은 대형 사모펀드와 비슷하게 점점 더 제도화된 방향으로 나아갈것입니다.
그러나 벤처캐피탈은 본질적으로 항상 컬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업계는 작고, 종종 폐쇄적인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많은 경우 증거보다 신념이 먼저 작동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현실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아이디어와 사람에게 VC들은 투자를 결정합니다. 당시에는 터무니없어 보였던 신념들이 역사 속에는 수없이 존재합니다. 그중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지만, 극히 일부는 산업 자체를 다시 써 내려갔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소수의 압도적인 성공 사례들이 VC라는 ‘컬트’를 사실상 보호해 왔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카테고리를 정의하거나 판을 바꿔버린 아웃라이어 성과들은, 다른 자산군이었다면 무모해 보였을 신념 중심의 투자 방식을 정당화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비범한 수익은 비범한 확신에서 나온다’는 서사를 더욱 강화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긴장이 발생합니다. 제도화와 컬트적 행동은 여러 측면에서 서로 상충합니다. 제도는 리스크 관리, 반복 가능성, 그리고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반면 컬트는 신념, 직관, 그리고 오랜 기간 틀릴 수도 있다는 각오 위에 세워집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흑백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펀드는 연한 회색에 가깝고, 어떤 펀드는 짙은 회색에 가까울 것입니다.
최상위 대형 플랫폼 VC 펀드들은 앞으로도 제도화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컬트적인 요소를 최소한으로는 남겨둘 것입니다. 규모가 커진 이상,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소형 펀드들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이들은 단순히 제도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제도화를 도모하되 오히려 이들의 진짜 경쟁력은 신념을 어떻게 밀어부치느냐에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의도적으로, 그리고 자기 인식을 갖춘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를 제대로 해낼 경우, 이러한 ‘컬트적’ 마인드셋은 남들이 보지 않는 시점에 비합의적 베팅을 가능하게 하고, 때로는 진정한 아웃라이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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