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미국 VC투자에서 중요한 투자는 우선 '인재'

높은 보수를 지불할 수 있는 마인드셋이 필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동네마다 날씨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마이크로 클라이밋(microclimate)’으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짙은 안개는 이 지역만의 상징 같은 존재죠. 차가운 바다 위로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면서 안개가 생기고, 한 번 형성되면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위를 덮어 버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LA에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그 현상이 정말 그대로 보였습니다. 산마테오 지역의 인공호수 주변에 안개가 구름처럼 고여 갇혀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이 독특한 풍경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뛰어난 벤처캐피털 인재를 채용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대형 펀드의 GP 레벨은 기본급만 10억 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고, 그 아래 직급도 연 3~4억 원 수준은 되어야 대화가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 금액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의 생활비를 고려하면 충분히 여유 있는 수준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네 식구 기준으로 저축은 크게 못 하더라도 최소한의 여유를 느끼며 살기 위해서는 최소 4억 원 이상의 가계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회사들 가운데 실리콘밸리 투자를 강화하려는 곳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사에서 인력을 파견하든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든, 결국 이런 수준의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는 본사 직원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책정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특히 ‘같은 회사의 한국인에게 이렇게 많이 준다고?’라는 정서적 저항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지인 채용이 더 수월한 것도 아닙니다.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그 인재가 본사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문화적 차이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어렵게 훌륭한 사람을 모셨다고 해도, 뛰어난 인재일수록 선택지가 넓기 때문에 “왜 굳이 한국 회사에 가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해야 합니다. 삼성처럼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있는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유리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유명해도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기업일 경우 훨씬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들은 한국적 문화와 정서를 어느정도 이해하면서도 현지 네트워크가 강한 교포 인재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미국 VC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벤처 투자는 담당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즉, 속인성이 강한 업이기 때문에, 결국 ‘누가 그 일을 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합니다.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미국 투자 전략의 핵심이자 성패의 갈림길입니다.

제가 첫 직장이던 골드만삭스 도쿄 오피스에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한 시니어 파트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골드만은 능력 있는 인재에게 능력에 맞는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회사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오래된 인사 시스템 때문에 실제 능력과 관계없이 직급 중심으로 보상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를 오래 붙잡아둘 수 없습니다. 삼성 같은 회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보상 구조를 도입해 해외 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그들의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의 전환입니다. “한국 본사의 임원보다 많이 주는 게 말이 되나?”와 같은 사고방식으로는 실리콘밸리에서 절대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없습니다. 우수한 인재에게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해야 하고, 동시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교체할 수 있는 운영 역량도 필요합니다. 골드만에서도 성과가 저조한 인원은 정말 꾸준히 해고가 되었습니다. 냉정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 벤처 투자가 가진 기회는 분명 큽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 문턱을 제대로 넘어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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