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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전략적 목적의 LP 투자가 실패하기 쉬운 이유
산업 및 기술 전문성과 투자 역량은 전혀 다른 능력
지난주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주간이라 전체적으로 한층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가족들과 함께 요세미티를 다녀왔는데요, 첫째가 태어나기 전인 4년 전에 처음 방문한 뒤 두 번째였습니다. 비수기라 그런지 차량도 거의 없고, 추운 요세미티 특유의 분위기가 또 다른 매력을 느꼈습니다. 요세미티에는 재미있는 하이킹 코스가 정말 많습니다. 저도 와이프도 하이킹을 좋아해서 언젠가는 꼭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데,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한 10-15년 후쯤?)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The Tunnel View
벤처 캐피털의 본질은 앞으로 10년 동안 세상을 다시 만들 사람들을 찾아내서 투자를 하는 일입니다. 이 일에는 판단력, 패턴 인식, 직관 같은 기묘한 조합의 역량이 필요하지만, 흔히 자주 언급되는 깊은 산업 전문성이 반드시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특정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뛰어난 창업자를 일찍 발견하고 끝까지 지지할 수 있다면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종종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진입하는 한국의 전략적 투자자들이 특정 산업 전문성을 가진 VC 펀드를 유독 선호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런 펀드들은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기술 레포트를 제공하며, 익숙한 프레임워크로 LP의 내부 조직을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기업의 전략과 산업 구조에 딱 맞는, ‘완벽한 조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논리를 떠받치는 전제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습니다. 산업 전문성과 투자 역량은 전혀 다른 능력이며, 한쪽이 있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뛰어난 기술자들로 구성된 팀이더라도 조달한 돈을 잘못 운용하는 펀드가 될 수 있습니다.
전략적 LP들은 이를 종종 가볍게 여깁니다.
“성과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재무적 수익보다 전략적 수익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실을 들여다보면 쉽게 무너집니다.
기업이 말하는 ‘전략적’이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정보를 수집하거나, 미래의 인수·투자·파트너십 대상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VC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것은 포트폴리오 기업이 성장을 못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일스톤을 달성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에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성장을 못 하는 회사를 인수하거나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하는 기업도 없습니다. 성과 부진은 전략적 목적 자체를 훼손하는 신호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전략적 리턴’이라는 개념 자체가 측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KPI는 모호합니다. 더구나 기업 리더십도 바뀌고 전략 방향도 수시로 변합니다. 이런 안갯속에서 끝까지 객관적으로 남아 있는 지표는 결국 투자 성과뿐입니다. 전략적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 성과까지 나쁘면 관계는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성과가 좋다면 다른 모든 대화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물론 이상적인 조합은 명확합니다. 뛰어난 투자 역량을 갖추면서 동시에 기술과 산업까지 깊이 이해하는 VC를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둘을 겸비한 VC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선택의 순간이 오면, 기업은 이 단순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문성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성과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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