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VC펀드레이징, 얼마나 많은 관심이 필요할까

목표 펀드 사이즈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 금액’이 필요할까

저번 주에는 와이프가 출장을 가는 바람에 며칠 동안 혼자서 일도 하고 두 아이도 돌봐야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저는 보통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 시간과,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일을 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 자체는 줄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씻기고 같이 놀아주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요리입니다. 저는 요리를 정말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아이들 밥을 챙기는 일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혼자라면 대충 아무거나 먹고 말면 되지만, 아이들한테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와이프가 반찬을 거의 다 준비해 놓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도시락을 뭐로 싸지?”, “저녁은 뭘 만들어야 하지?”를 고민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태스크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모든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화이팅이라고 외쳐봅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 첫째 도시락..ㅋㅋ

얼마 전, 전 시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벤처 펀드 오브 펀즈 중 하나의 공동 창업자와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운용해 온 펀드 오브 펀즈이고, 개인적으로는 시장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제국’을 어떻게 만들어 오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펀드레이징은 항상 힘들어요. 30년을 해도 여전히 힘들어요.”

이 펀드는 펀드 하나당 규모가 대략 10억 달러($1B) 수준이고, 대부분의 직접 VC 펀드들이 부러워할 만한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돈 모으는 일쯤은 “쉽다”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들려준 룰 오브 썸(rule of thumb)은 이랬습니다. “‘관심 있다’고 하는 돈이 5억 달러면, 실제로 들어오는 건 1억 달러쯤이라고 봐야 해요. 우리처럼 10억 달러 펀드를 만들려면, 최소 50억 달러 정도의 소프트 서클이 필요하죠.”

다시 말해, 1배를 실제로 모으려면 5배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소프트 서클(soft-circled capital)은 LP들이 “관심 있다”,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라고 말하는 금액의 총합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그대로 은행 계좌로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 상황 변화, 조직 내부 사정, 의사결정 지연 등등이 겹치면서, 초기의 ‘관심 금액’은 조금씩 깎여 나갑니다.

펀드 오브 펀즈에게는 여기에 추가 허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수수료를 두 번 내야 하잖아요. 당연히 손해 아닌가요?”

하지만 제가 예전 글에서 여러 번 썼듯, 펀드 오브 펀즈는 일반 VC 펀드보다 미디언 TVPI가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리스크를 생각하면 보다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수수료를 두 번 낸다”는 사실만 보고, 펀드 오브 펀즈는 좋지 않다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닙니다. 스토리(narrative)이기도 합니다. “펀드 오브 펀즈”라는 말은 “AI펀드”, “클라이밋 문샷” 같은 이름보다 덜 화려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펀드 오브 펀즈는 그런 화려한 이름들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 투자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 셀렉션, 포트폴리오 구성, 분산 투자, 액세스 같은 가치는 종종 쉽게 간과됩니다.

언젠가는 이 부분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티지, 전략, 매니저 타입별 데이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잘 설계된 펀드 오브 펀즈의 존재 이유는 점점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VC펀드이건, 펀드 오브 펀즈이건, 지금 펀드 매니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분간은 펀드를 레이즈 하는 모든 매니저들은 ‘5배 소프트 서클’ 마인드셋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목표 펀드 사이즈가 1억 달러라면, 실제로는 5억 달러의 관심과 논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팅 수도, 업데이트 수도, 그리고 LP가 진짜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도 그 전제 하에 보수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 보다 잘 되게 되면 좋은 보너스가 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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