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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VC는 '회사'로서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가?
VC하우스 자체의 벨류에이션
요즘은 딸아이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자주 갑니다. 지난주에도 다녀왔는데요, 아이들이 뛰어노는 바운스 하우스(아래 사진 참조)는 거의 기본 세팅이고, 음식도 정말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세 돌까지는 친구들을 따로 부르지 않고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해왔습니다. (절대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닙니다ㅎㅎ) 하지만 내년, 네 살 생일부터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첫째와 둘째의 생일이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년 한 번 성대하게 파티를 열고 그걸로 퉁치는 방향으로 가야겠습니다ㅎㅎ
언니 친구 생파에 설치된 바운스 하우스로 향하는 둘 째
전번달, 골드만삭스가 인더스트리 벤처스(Industry Ventures)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오늘날 벤처캐피털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벤처는 이제 더 크고, 더 제도화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손쉽게 접근 가능한 ‘상품’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번 거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부문(GSAM)은 인더스트리 벤처스를 약 6억 6,500만 달러의 현금 및 주식으로 인수하고, 여기에 최대 3억 달러 규모의 성과 기반 지급금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인더스트리 벤처스는 약 7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벤처 및 세컨더리 투자 분야의 선도 기업입니다.
이 거래가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VC는 ‘회사’로서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가?”입니다.
공개시장에서는 이미 스텝스톤(StepStone), 해밀턴레인(Hamilton Lane), 블루아울(Blue Owl) 등 상장된 대체자산 운용사들의 가치평가 기준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들의 사업을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봅니다. 첫 번째는 매년 들어오는 관리보수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관리보수 수익(Fee-Related Earnings, FRE)이며, 두 번째는 성과보수, 즉 캐리(Carried Interest)입니다. FRE는 예측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5~25배 수준의 이익배수를 받습니다. 반면 캐리는 불확실성과 시차가 크기 때문에 할인되거나 ‘옵션 가치’ 정도로 평가됩니다.
결국 공개시장에서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더 크고 안정적인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운용사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거기에 AUM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진다면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브랜드나 단기적인 투자성과조차도 이 두 가지 지표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벤처 업계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구조는 다소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벤처 투자는 프라이빗 크레딧처럼 예측 가능한 수익이 아니고, 10년에 한 번 당첨되는 복권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이아웃 펀드나 다른 대체자산군에 비해 벤처 운용사들의 AUM은 너무 작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프레임으로 VC의 가치를 단순 계산한다면, 대부분의 VC들은 시드~시리즈 B 단계 스타트업 수준의 밸류에이션밖에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월가가 사는 것은 ‘복권’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골드만이 인더스트리 벤처스에 지불한 금액은 오늘의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에 대한 대가이며, 향후 펀드 성과에 따라 지급될 최대 3억 달러는 미래의 ‘복권’이 실제로 당첨될 경우를 위한 보너스이자, 핵심 인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벤처캐피털이라는 자산군이 성장할수록, 이 산업은 기존 금융기관의 틀에 맞춰 재정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기존 시스템으로 흡수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는 그렇게 변화할 것입니다. 스텝스톤이나 해밀턴레인, 블루아울 등 상장 대체자산 운용사들의 10-K (연차보고서) 보고서는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자료들을 살펴보면, 어쩌면 벤처 시장의 미래에 대한 작은 힌트를 발견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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