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VC로서 비전은 중요한가

일본 VC들이 중요시 생각하는 비전

지난주에는 일본의 CVC인 Canal Ventures에서 주최한 "The Chain"행사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일정을 마친 밤, 잠시 한 잔 하고 싶어 구글 지도를 열고, 긴자의 숙소 근처에서 평이 좋은 바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놀랍게도 전원이 외국인이었습니다. 결국 저의 현재 취향이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골라버린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도 외국인이긴 하지만, 20대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기 때문에 스스로는 아직 일본 로컬 성향이 있다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도 다음 날 아침 식사는 요시노야였으니, 그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Bar Record in Ginza

이제 본론인 「The Chain」에 대해서 입니다. 이 행사는 VC와 CVC, 그리고 대기업 간의 정보교류를 보다 활성화 하고 “체인(Chain)”이라는 이름처럼 상호 연결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94개사, 약 230명의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12개의 VC가 피치를 진행하고, 8개의 VC가 게스트로 참여하는 등 매우 규모가 큰 행사였습니다. 소중한 발표 기회를 주신 Canal Ventures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anal Ventures의 대표이사 마쯔오카상의 오프닝 (출처: 마쯔오카상 페이스북)

저는 매년 200건이 넘는 GP분들의 피치를 듣고 있지만, 물론 거의 다 미국 펀드입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일본 VC들의 피치를 한자리에 모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차이점이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사업연계에 관해서 였습니다. 일본 VC들은 이를 “LP에 대한 실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미국 VC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의 지원 성과”로 이야기합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목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점은, 많은 일본 VC들이 자신들의 비전(Vision)을 명확히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NRI는 “압도적인 미래를 만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이후 각사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실제로 많은 VC가 자사의 철학이나 비전을 명문화해 두고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미국 VC들은 투자 전략이나 테마를 설명하긴 하지만, 이렇게 철학이나 비전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가설은, 일본의 VC들은 유사한 투자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철학’이나 ‘비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문화적인 요소입니다. 일본 기업 문화는 “철학(Philosophy)”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전 직장인 리크루트 역시 그러한 문화를 대표하는 회사였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다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철학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긴자의 그 바처럼, 약간의 낯설음을 느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여러 VC와 기업들, CVC 관계자분들과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체인'을 소중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연사 단체사진 (출처: 마쯔오카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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