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성공한 창업자 출신 GP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FOMO의 과신

지난주는 뉴욕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결국 저희 포트폴리오 펀드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미국 내 출장지 중에서는 뉴욕이 가장 자주 가는 도시입니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뉴욕은 뉴욕만의 독특한 바이브가 있습니다. 지하철은 지저분하고 치안이 좋지도 않지만, 도시 전체에 흐르는 그 특유의 리듬과 분위기는 뭔가 모르게 매력적입니다. 제가 만약 샌프란시스코 외에 한 도시를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뉴욕을 고를 것 같습니다.

Midtown Manhattan

창업자 출신 GP들에게는 묘한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펀드레이징을 할 때 FOMO, 즉 Fear of Missing Out—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과도하게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FOMO는 매력적인 전술입니다. “지금 들어오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친다”는 압박은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전형적인 전략이기도 합니다. 인기가 높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그 긴장감이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곤 합니다.

그러나 펀드의 펀드레이징은 전혀 다른 무대입니다. 한 펀드에 참여하는 LP의 수는 훨씬 많습니다. 미국의 경우 50명 이상이 한 펀드에 참여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FOMO를 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두 명의 대형 투자자가 라운드를 단번에 마감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세계와 달리, 펀드에서는 한 LP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경우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시간입니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 몇 주나 몇 달 안에 끝나는 단거리라면, 펀드의 펀드레이징은 장거리 마라톤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펀드는 1년에 걸쳐 여러 번 클로징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LP의 의사결정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속도도 느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안에 커밋하지 않으면 못 들어옵니다”라는 말은 조급함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뿐입니다. LP는 이런 메시지를 들으면 불안해하기보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에는 전략도, 규모도, 리스크-리턴 구조도 비슷한 펀드들이 즐비합니다.

펀드레이징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의 압박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입니다. 결국 LP를 움직이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확신인 것입니다. “놓칠까 봐”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 그것이 진정한 펀드레이징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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