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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좋은 VC='무엇을 아느냐'+'누구를 아느냐'
좋은 VC의 조건: ‘전문성’ + ‘소싱 능력’
지난 주말에는 지인 덕분에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야구팀 자이언츠(Giants) 경기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야구를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정후 선수의 활약을 직접 볼 수 있었고, 홈런이 두 번이나 나오는 등 흥미로운 순간이 많았던 것도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움직이느라 결국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나왔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좀 더 자주 보러 가야겠습니다!
VC 업계에서 “나는 ○○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스타트업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하는 투자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는 특정 기술일 수도 있고, 특정 산업이나 시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성이 VC로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세상에서의 전문성은 금방 부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큰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편견의 덫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VC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소싱’, 즉 뛰어난 창업자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종종 기존 산업의 외부인, 다시 말해 “이단아”에게서 나옵니다. Slack은 원래 게임 회사였다가 내부 협업 도구를 제품화하며 피벗했고, Facebook은 단순한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출발했습니다. Airbnb 역시 컨퍼런스 숙박 문제를 해결하려던 창업자들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하려면 폭넓은 네트워크, 신뢰를 쌓는 관계 형성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눈과 대범함(gut)’이 필요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술이나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도 그런 창업자를 만나고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VC로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Union Square Ventures(USV)입니다. USV는 특정 산업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너럴리스트로서 일관된 투자 철학과 소싱 능력으로 초기 유망 기업을 꾸준히 찾아냈습니다.
물론 전문성이 성공을 이끈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10년 전 VC 커리어를 시작한 ARCH Venture Partners나 Lux Capital은 과학적 식견과 초기 단계의 소싱 능력을 결합해 신흥 기술 분야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탐구하며 자신들의 전문성을 확장해 왔습니다.
결국 VC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느냐”와 “누구를 아느냐” 두 가지 모두입니다. 벤처 투자 환경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VC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문성과 소싱 능력 모두를 갖춘 사람들일 것입니다. 좋은 VC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네트워크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과 아이디어를 탐색합니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꾸준히 지식을 쌓고, 미래를 발견할 수 있는 창업자를 찾아낼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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