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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5 초기 벤처투자의 본질: 불확실성과 서프라이즈
#245 초기 벤처투자의 본질: 불확실성과 서프라이즈
불확실성이 있기에 큰 서프라이즈가 가능하다
저번 주에는 저와 아내, 그리고 첫째 딸까지 노로바이러스(아마도)에 걸려 큰 고생을 했습니다. 맨 정신에 토한 건 어른이 된 이후 딱 한 번 뿐이었는데, 이번에 그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네요. 온 가족이 오한과 두통까지 겹쳐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화요일에는 집 전체가 사실상 멈춰 섰고, 수요일부터 조금씩 회복하더니 금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건강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몸이 힘들 때도 늘 이쁜 샌프란시스코의 오후 하늘
저희는 펀드 오브 펀즈로서 주로 Pre-seed와 Seed 단계의 VC 펀드에 투자합니다. 이 단계에서 늘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극초기 스타트업은 아직 트랙션이 없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실사를 하느냐?”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저희는 개별 스타트업이 아니라, 그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해야 하니 불확실성은 더 커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에서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모든 면에서 ‘팔방미인’ 같은 회사를 찾았다면, 그 회사는 이미 벤처투자 대상이 아닐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줄어들수록 그것은 벤처가 아니라 안정적인 투자로 바뀌게 됩니다.
벤처투자의 본질은 우리 사회와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를 사회의 중심으로 끌어올렸고, 우버는 공유경제를 일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인류를 지구 밖으로 확장시키려 합니다. 이들의 시작은 모두 불확실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저는 이 불확실성을 다른 말로 ‘서프라이즈’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처음엔 “이게 도대체 뭐야?”라는 의문이, 어느 순간 “우와, 이런 게 있었네!”라는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투자한 한 펀드는 2018년에 OpenAI에 투자했습니다. 당시엔 “정체가 뭐지?” 싶었는데, 금세 “이게 이런 걸 해내는구나”라는 놀라움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매출 숫자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과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입니다.
물론 불확실성은 곧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벤처펀드는 포트폴리오를 넓게 가져갑니다. 그로스 단계나 바이아웃 펀드보다 훨씬 많은 기업에 분산투자를 하는 이유입니다. 펀드 오브 펀즈인 저희 역시 간접적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에 접근하게 되며, 이를 통해 리스크는 줄이고 서프라이즈의 가능성은 높입니다.
또한 ‘서프라이즈를 잘 찾는 VC’와 그렇지 못한 VC는 분명히 구분됩니다. 이는 뛰어난 창업자에 대한 접근성과, 이를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VC에 투자하는 것은 곧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 됩니다. 성공하는 VC를 가려내는 일은 결국 저희 같은 펀드 오브 펀즈의 핵심 과제이며, LP들이 저희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완벽한 실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있기에 큰 서프라이즈가 가능한 것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초기 벤처투자의 묘미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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