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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투자 계약서에 보이지 않는 조항: 모티베이션
신흥 VC펀드 GP의 펀드를 운영하는 동기
최근에 “Market Street Reimagined”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대로인 Market Street을 주제로 한 국제 디자인 공모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모는 실제 재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았습니다 (저도 이렇게 알게 되었으니 효과가 있었던 셈이죠). 전 세계에서 170팀이 참가했고, 그중 5팀이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제안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녹지가 풍부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이었으며, 만약 이런 구상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우승한 5팀 중 세 팀의 디자인 (장소: Ferry Building)
1호 혹은 2호 펀드를 론칭하는 신흥 VC를 평가할 때, 트랙 레코드와 투자 전략 등 다양한 기준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단순한 질문이 큰 단서를 줍니다. 바로 “이 GP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입니다. 겉보기와 달리 VC의 길은 길고 외롭습니다. 그 ‘왜’는 GP가 어려운 시기를 버틸 뿐 아니라 좋은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대형 하우스(예: 앤드리센 호로위츠 등)에서 독립해 스핀아웃을 하는 경우, 공통되는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의사결정의 복잡함 회피: 조직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때로는 사내 정치가 개입됩니다. 강한 확신이 있을 때 신속히 딜을 성사시키고 싶은 투자자에게 이러한 절차는 비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2. 투자 스테이지의 제약: 많은 대형 펀드는 펀드 규모나 운용 원칙상 프리시드·시드 단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단계에 강점을 발휘하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본질적인 제약이 됩니다.
3. 경제적 보상: 작은 펀드라도 성과를 내면 대형 하우스 재직 시보다 더 큰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시작으로 2·3호 펀드를 이어가고 성과를 쌓으면, 운용보수의 ‘스택’과 성과보수(캐리)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밖의 동기도 존재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레거시를 세우고자 하는 욕구, 새로운 플랫폼 전환·지리적 공백·간과된 창업자 커뮤니티에서 포착한 ‘놓칠 수 없는’ 기회 등입니다. 이런 동기는 제트연료처럼 추진력을 줄 수 있습니다.
펀드 오브 펀즈를 운영하는 LP의 입장에서 동기를 읽어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두 번의 미팅만으로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비교적 명확한 신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기 자본 출자(GP 커밋)입니다. 예컨대 1억 원의 자산이 있는 두 GP가 있을 때, 본인 펀드에 100만 원 (1%)만 투자하는 GP와 2,000만 원 (20%)을 투자하는 GP 사이에는 헌신 수준과 리스크 정렬의 차이가 큽니다.
동기는 LPA에 적히지 않는,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강력한 조항입니다. 보이지 않기에 찾아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조항입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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