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VC의 야생적인 본질과 투자자로서 의무의 줄다리기

이 둘 사이의 긴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 업계의 본질이다

지난 주말에는 샌프란시스코만을 오가는 페리를 처음으로 탔습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 너머에 있는 마린 카운티로 가기 위해서였는데, 소요 시간도 차로 가는 것과 거의 비슷했고 아이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기분 전환도 되었고요. 마린 카운티에 살며 페리로 출근하는 삶을 잠깐 꿈꾸며 미소 지었던 주말이었습니다.

몇 주 전 제가 주최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진행한 패널 토론 중, NeuCo(LP 및 직접적 세컨더리 투자에 초점을 맞춘 펀드)의 창립 파트너인 조나단 팅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새로운 자산 군 중 하나인 벤처 캐피털 운용사들은 공개주식시장과 같은 성숙한 자산군의 펀드 매니저들에 비해 금융인으로서의 감각 그리고 남의 돈을 맡아서 운용하는 신탁 의무 (fiduciary duty) 감각이 가장 떨어지는 펀드 매니저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벤처 캐피털은 이제 신탁 의무를 단순히 법적 요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LP들이 맡긴 자금이 책임감 있게 사용되도록 하는 지침 원칙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조나단은 다시 한번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과연 VC들이 이러한 의무를 갖고 기존 자산군의 펀드 운용사처럼 행동해야 할까요?“

결국, 벤처 캐피털은 부를 보존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리턴을 위한 투자입니다. 그들의 투자는 성공하면 놀라운 수익을 창출하고, 실패하면 완전히 사라지는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게임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공모시장 수준의 신중함을 VC에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VC의 생리를 무디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초창기 페이스북을 떠올려보겠습니다. 2004년, 마크 저커버그는 피터 틸로부터 50만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500만 달러로 시작했습니다. 1년 뒤 시리즈 A에서 9,800만 달러로 평가됐고, 그다음 해 시리즈 B에서는 5억 달러로 치솟았습니다. 3년 만에 기업가치가 100배가 된 것이죠. 2009년에는 100억 달러로 또 20배 뛰었고, 3년 뒤의 IPO 때는 1,000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MBA에서 DCF를 가르치는 강의실에서라면 비웃음을 샀을 숫자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견지명이었습니다.

최근 상장한 피그마(Figma)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치솟았고, 상장 시점에는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과연 그 초기 투자자들이 당시 밸류에이션을 엄격한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까요? 어느 정도는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종종 깔끔하고 논리적인 재무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벤처 캐피털의 역설입니다. VC의 펀드 매니저는 투자자의 자금을 책임감 있게 운용하고, 기회를 엄격히 평가하며, 무모한 소비를 피하는 규율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변혁적인 투자들 중 상당수는 당시의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이 일은 예술과 과학, 계산과 직관이 절묘하게 뒤섞인 영역을 요구합니다.

투자자로서의 신탁 의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둘 사이의 긴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 업계의 본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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