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 마침내 VC의 현장도 변화시키기 시작한 AI

벤처캐피털 업무에 깊숙이 스며드는 AI의 활용

지난주에 큰아이와 아이 학교 친구, 그리고 그 아이의 아빠까지 총 4명이서 오클랜드 동물원(Oakland Zoo)에 다녀왔습니다. 인기가 많고 평판도 좋은 동물원인데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잘 볼 수 있게 여러 가지로 신경 쓴 부분들이 인상적이었고, 저도 거의 20년 만에 호랑이도 보고 레오나로드 디카프리오의 영화 레버넌트에도 나온 곰과 같은 종의 엄청 큰 회색곰을 보며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구경했습니다ㅎㅎ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동물원을 보니 역시 어떤 일이든 항상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습니다!

Grizzly bear. 실제로 보면 엄청 큰 곰. 혹 같은 부분이 근육덩이라고 합니다.

AI는 책상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이른바 ‘데스크리스(deskless)’ 직종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매업 직원, 의료진, 심지어 벤처캐피털리스트(VC)까지 이에 포함됩니다. VC를 데스크리스 직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생소할 수 있지만, 이들의 핵심 업무는 미팅, 커피 챗, 스타트업의 피칭 등 끊임없는 만남과 관계 형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책상 밖에서 상당 부분의 업무가 진행됩니다.

사실 벤처캐피털은 이미 AI가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분야입니다. 선도적인 투자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중 좋은 사례 중 하나는 Untapped VC를 리드하고 있는 요헤이 나카지마입니다. 요헤이는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VC Associate’와 ‘Mean VC’라는 GPT 기반의 도구도 만들었습니다. 이는 누구나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개된 흥미로운 툴입니다.

AI 기반 기술이 가져오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입니다. 그리고 VC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검토할 수 있는 딜의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VC는 연간 약 200-300개의 딜을 검토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여겨졌고, 사실 이것도 상당히 많은 수입니다. 그러나 AI가 연간 1만 개 이상의 딜을 검토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어떨까요? 이는 시간문제이며, 점점 더 많은 VC들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벤처 투자의 경쟁 지형이 완전히 바뀌고, 이는 벤처캐피털의 운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최근에도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견한 새로운 VC 펀드를 만났습니다. 두 명의 공동 GP(제너럴 파트너)는 흥미롭고 이전에는 보기 드문 조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 명은 명망 있는 벤처캐피털 출신의 전형적인 투자자이며,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VC 펌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처음부터 구축한 엔지니어였습니다. 많은 VC들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지만, 이들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펀드를 함께 시작한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VC 업계에서 엔지니어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지만, 여기서는 기술 전문가가 투자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파트너십은 단지 일회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앞으로 기술 전문가들이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점점 더 영향력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큰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AI가 딜 소싱, 실사(due diligence), 전략 자문 등 핵심 기능을 재구성함에 따라 기술적 전문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직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프로세스 도입을 포함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VC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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