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스타트업 비상장 장기화, 어떻게 대처할까

IPO기다리지 않고 세컨더리에서 팔기

지난주, 몇 주 후면 3살이 되는 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졸업식(정확히 말하면 같은 유치원의 다음 반으로 진급하는 진급식)이 있었습니다. 2살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상태였는데, 이제는 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친구들과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에도 점차 익숙해저야 하겠습니다.

Little Steps, Big Dreams Ahead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설립된 스타트업들은 창업에서 기업공개(IPO)까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2004년에 설립된 페이스북은 2005년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후 2012년에 IPO를 진행했습니다. 1998년에 설립된 페이팔과 구글도 1999년에 최초의 벤처 투자를 받고 각각 2002년과 2004년에 기업공개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속도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빠른 편으로, 일반적으로 10년 주기로 설정된 벤처캐피털(VC) 펀드들이 무리 없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창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IPO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는 2013년에 설립되어 NEA와 같은 저명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지만, 첫 투자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IPO에 대한 루머는 있지만,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같은 해 구글 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핀테크 기업 플래드(Plaid) 역시 IPO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제 스타트업들이 오랜 기간 비상장 상태로 머무는 현상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벤처캐피털 생태계 전반을 바꾸는 새로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으로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벤처캐피털 펀드들의 투자 회수 기간 역시 기존의 10년 주기를 초과하게 되었고, 과거에는 선택 사항이었던 펀드 기간 연장이 이제는 거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주요 벤처캐피털 펀드들이 RIA(Registered Investment Advisor) 등록이라는 전략적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안드리센 호로위츠를 시작으로 제너럴 캐털리스트, 세쿼이아, NEA 등 유명 VC들이 잇달아 RIA로 등록했습니다. SEC에 RIA로 등록하면 공식 펀딩 라운드(프라이머리) 외에도 세컨더리 시장에서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을 보다 자유롭게 매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이 세컨더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잘 나가는 비상장 기업의 경우 공식 투자 라운드만으로는 충분한 지분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벤처 투자자들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세컨더리 시장을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코인베이스에 투자한 사례가 있습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코인베이스의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서 처음 투자한 후 지속적으로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지분을 추가 확보하였고, 결국 코인베이스의 IPO로 막대한 수익을 실현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은 초기 단계(Pre-seed, Seed, Series A)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유동성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낮은 기업 가치에 초기 투자한 펀드가 7~10년 후 해당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했을 때, IPO를 기다리지 않고 세컨더리 시장에서 더 큰 펀드에게 지분을 매각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상장 시장이 더욱 성숙해지고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수록 이러한 세컨더리 시장을 통한 매각이 더욱 보편화될 것입니다. 초기 투자자들은 최대한 저평가된 단계에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량을 강화하여 향후 세컨더리 시장에서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반면, 후기 단계에 투자하는 규모가 큰 펀드들은 세컨더리 시장에서의 투자 능력을 높이고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상장 시장은 더 이상 IPO 전 단계로만 여겨지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실현하는 주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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