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 Posts
- #234 초기 투자 VC펀드의 적절한 펀드 사이즈는?
#234 초기 투자 VC펀드의 적절한 펀드 사이즈는?
크면 클수록 좋은 게 아니다
지난주 금요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이었습니다. 이 날엔 모두가 “Happy Fourth of July!”라고 말하며 서로 축하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영국인 지인과 함께 보냈는데요, 그가 웃으며 “나한테는 축하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날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니, 이론적으로는 영국인 입장에선 마냥 기뻐할 날은 아닌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250년이나 지난 이야기이고, 이렇게 서로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전쟁과 정치등 국제 정세가 여전히 불안한 요즘이지만, 먼 훗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야기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St. Helena Fire Department
지금까지 벤처 펀드의 규모는 흔히 성공과 직결된다고 여겨졌습니다. 대형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능력과 영향력의 지표처럼 비추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클수록 좋기만 한 걸까요?
초기 투자 펀드의 사이즈를 결정하는 여러 복잡한 공식이 있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투자자 본인의 투자 성공률, 즉 "타율"을 냉정히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벤처 투자는 결국 홈런 게임입니다. 투자 20건 중 1건이라도 성공적이라면 5%의 타율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 20개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두 개의 홈런을 원한다면 40개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투자 페이스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 기간이 3년이라면 이 기간에 안정적으로 몇 개의 투자를 소화할 수 있을까요?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소싱부터 실사까지 실제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생각해야 합니다. 3년 동안 40건을 투자하려면 매달 최소 한 건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20건이라면 두 달에 한 건 정도로 GP가 한두 명 있는 펀드에서는 현실적인 수준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한 건당 얼마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즉 "얼로케이션"을 따져봐야 합니다. 프리시드부터 시드 단계에서는 보통 한 건당 100만 달러에서 최대 500만 달러 사이가 일반적입니다. 모든 딜을 리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봤을 때 50만 달러 전후의 체크 사이즈면 실행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이 정도 사이즈라면 다른 리드 투자자들과 함께 신디케이트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시리즈 A 단계까지 투자를 확장하면 좀 더 큰 금액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투자 이후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후속 투자 비율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30% 전후가 많습니다. 여기에 관리 보수 비용과 기타 펀드 운영 비용을 각각 연간 2% 및 1% 정도로 잡으면 10년간 추가로 30% 정도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펀드 사이즈를 역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개의 포트폴리오, 각 50만 달러의 초기 투자, 30%의 후속 투자 비율, 관리 보수 비용 등을 합산하여 계산하면 약 2천만 달러 (약 270억 원)라는 펀드 사이즈가 나옵니다.
이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물론 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펀드 규모를 결정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툴도 시중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편드사이즈는 그러한 변수들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펀드의 규모가 클수록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투자의 난이도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펀드 사이즈가 커진다고 해서 투자 능력이나 성공 가능성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략적 초점이 흐려지고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펀드 사이즈의 중요성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적절한" 크기입니다. 펀드 사이즈 또한 투자 전략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