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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VC교육의 상아탑, 커프만 펠로우십의 성장과 과제
어떻게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가
저번 주에는 거의 10년 만에 대형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밴드, 메탈리카의 공연이었죠. 2006년 서울 공연 이후 거의 20년 만에 다시 보는 메탈리카였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공연이라 기대도 컸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너무 추워서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공연 당일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고, 저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맨 윗줄 좌석을 예매해서 덜덜 떨며 공연을 봤습니다. 맥주 한 캔을 무려 2시간에 걸쳐 마셨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원했을 정도였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았던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된 건 틀림없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그땐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가야겠습니다ㅎㅎ

Santa Clara의 Levi's Stadium; 게스트 밴드인 림프비즈킷의 퍼포먼스
지난 화요일 아침, 저는 브루클린에서 열린 명성 높은 커프만 펠로우십(Kauffman Fellowship) 프로그램의 패널 토론 사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투자 전략을 가진 세 명의 GP와 함께한 자리였는데, 처음엔 그저 평범한 패널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패널에 수없이 참여해 왔기에 이번에도 그런 패널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커프만 펠로우십 주최 측은 토론 주제 선정부터 자료 준비, 발표자들과의 소통까지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준비하여, 참가자들이 최대한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995년에 설립된 커프만 펠로우십은 VC를 위한 리더십 및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펠로우들은 투자 원칙과 업계 모범 사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폭넓은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혁신적이고 우수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됩니다.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마문 하미드(Mamoon Hamid)를 비롯하여, 데이터 중심 접근법으로 유명한 저희 펀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트라이브 캐피털(Tribe Capital)의 여러 파트너들도 이 펠로우십 출신입니다.

이런 커프만 펠로우십이지만, 저는 이 펠로우십이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펠로우십은 명성 높은 타이틀로 자리 잡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성공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아닙니다. 저는 MBA 경험과 커프만 펠로우십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비용이 많이 드는 점까지도!). MBA 학위가 성공의 필수 조건이 아니듯, 커프만 펠로우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MBA는 인생을 바꿔놓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커프만 펠로우십 역시 이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체계적이고 가치 있는 경험과 높은 만족도를 제공합니다.
펠로우십의 참가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저도 주위에서 펠로우십을 거친 많은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장은 프로그램의 높은 품질과 끈끈한 커뮤니티 정신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도전을 제기합니다. 성장과 명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균형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략을 잘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들은 학위를 마치지 않은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소속을 자랑스럽게 링크드인 프로필에 올립니다. 저번 주 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는 대형 액셀러레이터 중 유일하게 최고의 평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YC 졸업생들 역시 자신들의 소속을 자랑스럽게 밝힙니다.

반면 커프만 펠로우들은 아직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이 커프만 펠로우라는 것을 일관되게 강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것이 펠로우십의 배타성이나 정체성, 혹은 명성 인식과 관련된 논쟁의 신호인지 여부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어떤 명성 있는 기관이든, 향후 성공 여부는 설립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하는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커프만 펠로우십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품질과 명성을 더욱 향상시키고,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지켜보는 것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