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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시대는 이제 끝인가
고전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지난 주말은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아이들 없이 외출해서 맛있는 저녁을 즐겼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아이들 없이 둘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정확히 1년 만이더라고요. 작년 결혼기념일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앞으로는 적어도 분기별로는 꼭 함께 외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먹은 스타터 음식
2010년대 초, 모바일과 클라우드 기술의 부상은 스타트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었습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도어대시 등 일상의 필수 서비스가 된 혁신 기업들이 이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빠르게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 일상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성장 뒤에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005년에 설립된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그 선구자 역할을 했으며, 이어서 2006년에 테크스타즈(Techstars),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2010년에 500스타트업(500 Startups), 2012년에 알케미스트(Alchemist)가 등장했습니다. 이들 액셀러레이터는 2010년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인베이스(Coinbase), 스트라이프(Stripe), 인스타카트(Instacart), 도어대시(DoorDash) 같은 기업들은 YC를 거쳤으며, 샌드그리드(SendGrid)와 집라인(Zipline)은 테크스타즈를 통해 성장했고, 드롭박스(Dropbox)는 플러그 앤 플레이에서 초기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동남아의 그랩(Grab)은 500스타트업을 통해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은 이전만큼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약 5년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이 액셀러레이터 참여를 더 이상 성공의 필수 조건이나 신뢰성 확보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Google Trend: Startup accelerator토픽
유일하게 와이콤비네이터만이 여전히 업계의 주목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의 웹 트래픽 차트에서 알 수 있듯이, YC와 비교하면 다른 액셀러레이터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뛰어난 성공 사례와 개리 탄(Garry Tan)과 같은 역동적인 리더십 덕분입니다. 그러나 지금 YC조차도 불확실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YC의 웹 트래픽은 지난 2년 동안 정체 상태이며, 이는 브랜드 성장의 모멘텀이 정체되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YC가 계속해서 지금의 명성과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스타트업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주요 액셀러레이터의 웹 트래픽 (출처: SimilarWeb)
한편, 규모가 작고 특화된 액셀러레이터들이 새롭게 부상하며 기존 모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브 코딩 플랫폼인 Cursor로 유명해진 네오(Neo)는 이런 전문화된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페이스북의 초기 엔지니어인 아디티아 아가왈(Aditya Agarwal)이 설립한 사우스 파크 커먼스(South Park Commons) 역시 상당한 명성을 쌓았습니다.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지만 AI 전문 액셀러레이터로 주목받고 있는 HF0 또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범용적이고 큰 규모의 액셀러레이터들이 특화된 지식과 스타트업의 설립 및 운영과 관련 리소스가 민주화된 시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초기 2010년대와 달리 오늘날의 창업자들은 온라인에서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는 일반적인 기업가 정신 교육이 아닌, 매우 전문화된 지식과 창업자 간의 깊이 있는 연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투자한 적이 없으며, 현재와 같은 범용적인 모델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창업자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벤처캐피털 시장을 계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