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DPI가 왕이긴 하지만 TVPI도 여전히 중요

TVPI는 왕자정도는 될 것이다

지난 2주는 매일 수면시간을 크게 줄일 만큼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 48시간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이었는데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주최의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코노미로 타고 다니고 짧고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다양한 주제로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매우 뜻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행사에 계속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DPI가 왕이다!” 최근 유동성 이벤트 부족으로 인해 벤처 투자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DPI(Distributions to Paid-in Capital)는 투자자에게 실제로 돌아간 현금을 측정하는 지표로, 지금과 같이 IPO나 M&A와 같은 유동성 이벤트가 현저히 줄어든 현 상황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KPI입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펀드의 DPI가 1배라면,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돌아간 돈이 정확히 100억 원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DPI만을 맹목적으로 강조하기 전에, 더 넓게 활용되는 KPI인 TVPI(Total Value to Paid-in Capital)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TVPI는 반환된 현금뿐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가치를 포함한 총가치를 나타냅니다.

DPI의 장점은 명확성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현금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PI가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유의미한 DPI가 나타나기까지 일반적으로 7~10년,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비상장 상태로 오랜 기간 머무르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대표적인 예: 스페이스X), DPI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DPI만으로 펀드를 평가한다면, 사실상 10년 전 혹은 그 이전 투자의 결과만 보는 셈이 됩니다. 10년은 시장 사이클을 완전히 바꾸기에 충분히 긴 시간입니다. 트렌드와 기술이 변하고 경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으므로, GP들이 꾸준히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지, 경쟁 우위가 여전히 유효한지,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과거의 뛰어난 성과도 현재의 안일함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지표가 바로 TVPI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TVPI는 실현된 수익과 미실현된 수익을 모두 포함하여 펀드의 현재 가치를 나타냅니다. 미실현 수익이 당장 현금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펀드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5년 된 펀드 중 현재 TVPI가 높은 펀드가 향후 DPI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 예외적으로 나중에 큰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또한 최근 들어 세컨더리 시장의 중요성이 미국 벤처시장에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만약 스타트업들이 앞으로도 비상장 상태로 장기간 머물며 세컨더리 시장이 더욱 활성화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프리시드나 시드와 같은 초기 투자 단계의 펀드들도 일정 시점에서 세컨더리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보편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TVPI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즉, 중간 평가 성적이 최종 성적만큼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결국, DPI가 현재 벤처 투자 업계의 왕이라 할지라도, TVPI의 중요성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DPI가 왕이라면 TVPI는 왕자이며, 유망한 왕자는 결국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왕뿐만 아니라, 미래의 왕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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