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정보가 진정한 경쟁력이 되는 세컨더리 투자

이번 도쿄 체류 중 오랜만에 시바공원 주변을 달렸습니다. 10년 이상 전 도쿄에 살았을 당시, 이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 자주 달리곤 했던 익숙한 길입니다. 경관 측면에서는 도쿄타워 옆에 아자부다이 힐스가 생긴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그 외에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여전히 이쁜곳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역시 도쿄는 참 좋네요! 

한때 자금난을 겪는 창업자들의 비상구 정도로 여겨졌던 실리콘밸리의 세컨더리 시장, 즉 투자자들이 비상장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고파는 시장은, 과거에도 말씀드려 왔듯이 이제는 주류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Source: Pitchbook; Industry Ventures Market Intelligence (as of January 2025).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스타트업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비상장 상태로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도 창업한 지 6~8년 정도면 상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이상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있는 유니콘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탈 펀드에 자금을 제공하는 LP(기관 투자자)들도 더 이상 10년, 11년, 12년 이상을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아졌습니다. 세컨더리 거래는 이런 투자자들이 좀 더 일찍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출구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세컨더리 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지만 물론 큰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바로 비상장 스타트업 특유의 정보 부족 문제입니다. 상장 주식은 분기별 보고서, 감사받은 재무제표, 금융 당국의 공시자료 등으로 재무 상태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반면, 비상장인 스페이스X와 같은 스타트업은 ‘대단한 회사야‘ 정도는 알고 있지만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에 대한 액세스가 없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큰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불투명성은 위험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면 세컨더리 투자는 유행을 따라가는 투기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유명한 기업의 이름만을 좇는 것은 쉽지만, 믿을 만한 데이터 없이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어렵습니다.

세컨더리 시장에서 성공하는 투자자는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거나 높은 밸류에이션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무 성과, 고객 유지율, 수익성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구축한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다시 말해, 우월한 정보력이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비상장 스터트업의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장은 매우 크고 정보를 얻는 방법도 회사마다 재각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적인 세컨더리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 자신이 액세스 가능한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그 정보들을 얻기위해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조용하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쌓아온 투자자들이 결국 승자가 될 것입니다.

벤처 투자 세컨더리 시장의 성장은 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유동성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 투자자, 창업자, 그리고 LP에게 더 유연한 출구전략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물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투명성이 부족한 만큼,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인 확신을 가진 투자자가 기회를 잡고, 동시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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