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투자에서 레퍼런스체크는 일관성을 확인하는 과정

지난주에 휴가 겸 출장으로 처가가 있는 일본에 가족들과 함께 왔습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딸아이가 매일 밤 토토로 책을 읽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좋아해서, 같은 책을 수십 번은 반복해서 읽어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이치현에 있는 지브리 파크를 방문했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고양이 버스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 딸 (2.5살)처럼 아주 어린아이들을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지브리 팬들을 위한 장소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10년쯤 지나 딸아이가 더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토토로와 지브리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때 다시 한번 꼭 방문해야겠습니다!

VC 펀드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때 어떤 투자자들은 레퍼런스 체크를 형식적인 절차로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된 레퍼런스 체크를 아예 하지 않고, 한두 명과 짧게 이야기한 뒤 끝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레퍼런스 체크를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투자의 핵심적인 평가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펀드를 검토할 때마다 최소 5~10회의 오피셜 한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숨겨진 결점이나 문제점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제가 찾고자 하는 것은 보다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요소, 바로 ‘일관성’입니다.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드라마틱한 뒷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벤처 시장은 좁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누구도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좋은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주목하는 것은 GP가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함께 일했던 분들의 평가가 그 표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GP가 자신을 마케팅 전문가라고 강조했다면,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분들이 자연스럽게 그와 동일한 메시지를 주시는지를 살펴봅니다. “GP의 최대 강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마케팅과 관련된 답변이 일관되게 나오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관성은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반대로 이야기가 엇갈린다면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창업자분 한두 분은 GP가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하는데, 다른 한두 분은 창업자분은 마케팅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 GP의 실제 강점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일관성이란 정해진 각본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평가입니다. 100%의 완벽한 일관성은 어렵겠지만, 비슷한 결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뒷담화나 잡담을 찾지 않습니다. 이것은 상대를 감시하거나 조사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야기가 엇갈릴 때는 주의를 기울이고, 일관된 목소리 속에서 확신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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