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VC 파트너에게 ‘우리’보다 ‘나’가 더 중요

GP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경험과 전문성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분들과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둘째 딸이 태어난 후 처음으로, 이제 여덟 달 된 작은 딸아이도 자연 속에 데려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하였으니, 앞으로도 예전처럼 가끔 이렇게 자연 속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캠핑의 묘미는 강제로라도 일에서 벗어나는 데 있습니다. 주말에도 항상 일을 떠올리게 되지만, 하루쯤 리듬을 끊고 나면 생각들이 가벼워지고 마음에도 틈이 생기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불멍을 때리고, 쓸데없는 농담을 나누고, 장을 보고, 직접 만든 캠핑 음식을 나누는 순간이야말로 호사스러운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돌아오는 날, 이른 아침부터 비가 퍼붓고 모두 흠뻑 젖은 채 분주히 짐을 정리했지만, 그 순간조차 웃음으로 채워졌습니다. 적당한 피로와 함께, 몸은 젖었지만 마음은 가볍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헤어지기 전 단체사진 (애들은 차에서 대기중)

지난주에도 많은 펀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눴는데, 그중 한 매니저와의 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뉴스 레터 구독  | 실밸 리서치클럽: 유튜브

그 펀드에는 비운영 GP가 한 명 있었는데, 경제적 지분 (성공보수)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사 결정 권한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매우 유명한 인사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창업가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45분간의 통화 중 처음 20분은 이분이 펀드에 얼마나 큰 가치를 더하는지, 그리고 그의 존재가 펀드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습니다. 저도 그런 분이 관련된 펀드와 함께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한 가지 의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펀드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물론, 그 유명한 분이 펀드의 성공에 대한 큰 인센티브를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창업가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펀드의 장기적인 전략을 조율하는 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분이 자신의 소셜 캐피털과 본인의 시간을 어디까지 쏟아부을 의지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본업이나 다른 일로 인해 여유가 없을 때는 어떨까요?

저는 포트폴리오의 GP가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100% 이상 쏟아붓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투자한 GP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펀드의 성공을 위해 항상 100%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 투자자들께서도 저에게 기대하시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벤처 캐피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00%만으로는 부족하며, 100% 이상을 쏟아부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례로 돌아가 보면, 만약 펀드의 핵심 경쟁력이 특정 인물과 그의 네트워크라면, 저는 그가 100% 이상을 헌신할 수 있을지를 확신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는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걸 확인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비슷한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 GP를 만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모두가 그가 창업한 회사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분은 해당 펀드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계셨습니다. 그것 자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회의적으로 된 이유는 그 GP가 대화 내내 “제 아버지는 이런 분입니다”라는 말을 너무 반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강점이 아니라 아버지의 존재를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펀드에 대한 결정을 바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GP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경험과 전문성입니다. 고문, 벤처 파트너, LP, 심지어 가족을 통해 얻은 간접적인 경험과 전문성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핵심 경쟁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GP가 스스로 쌓은 깊이 있는 경험과 직접적인 실행력에서 나옵니다. 보통은 ‘나’보다는 ‘우리’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의 파트너 입장에서는 ‘우리’보다 ‘나’가 먼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뉴스 레터 구독  | 실밸 리서치클럽: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