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VC도 펀드레이징을 위한 피칭 연습이 필요하다

LP의 마음을 얻는 설득의 기술

3월 20일, 점심 미팅을 가려고 무인운전 택시 웨이모를 탔더니 “Today is the first day of spring”이라는 안내가 나와서 오늘이 춘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주보다 확실히 기온이 올라 봄이 온 게 실감 나네요. 점점 늘어만 가는 몸무게와 따뜻한 봄기운을 생각하니, 이제 정말 조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해봅니다.ㅎㅎ

그리고, 이번 주부터 이메일 플랫폼을 한국의 서비스인 메일리에서 비하이브(Beehiiv)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비하이브는 2021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보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뉴스레터 플랫폼입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서브스택(Substack)이 뉴스레터 플랫폼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비하이브는 다양한 추가 기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는 Lightspeed Ventures와 New Enterprise Associates 등 유수의 VC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비하이브에서 한국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례를 아직 보지 못해 한국어 지원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얼리 어답터로서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조깅중에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Dolores Park에서 찍은 사진

벤처 펀드의 자금 조달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타트업은 기술, 비즈니스 모델, 시장 기회 등 다양한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지만, 벤처캐피털(VC) 펀드는 오직 하나의 비지니스 모델—우수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자본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GP(펀드 매니저)의 피칭은 스타트업 창업자의 피칭보다 더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공적인 피칭과 그렇지 못한 피칭의 차이는 크지만, 그 차이가 미묘하기 때문에 쉽게 간과되기 마련입니다.

우선, 자신감은 절대적입니다. GP가 불확실해 보인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신호가 됩니다. 실제로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느냐입니다. 자세, 시선, 말투, 그리고 불필요한 군더더기 표현(“어...”, “음...”) 하나까지도 피칭의 설득력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저는 줌(Zoom)으로 피칭을 들을 때 GP의 얼굴과 제스처를 잘 보기 위해 화면을 최대한 크게 띄워 둡니다. 작은 망설임 하나도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능력은 필수입니다. 투자 전략이 단순하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명까지 복잡해서는 안 됩니다. GP가 자신의 투자 전략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듣는 이들의 집중력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관심이 흐려지고, 결국 핵심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이것은 투자 전략뿐만이 아닙니다. 포트폴리오 회사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GP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널리 알려진 기업이 아니라면, LP가 그 회사를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GP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익숙하기 때문에 설명을 간단히 하는 경우가 많지만, LP 입장에서는 생소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심한경우 회사 이름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지난주에도 한 GP의 피칭을 들으면서 회사 이름을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봐야 했습니다.

결국, 해결책은 충분한 연습입니다. 타고난 발표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GP도 창업가처럼 피칭을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받고, 보완하며, 계속해서 다듬어야 합니다. 이미 성공한 길을 걷고 있는 GP에게 있어서 쉽지 않은 테스크 일 수 있습니다. 

어떤 피칭도 그렇듯이 GP의 피칭도 첫 5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충분한 연습을 거치면 이 첫 5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 5분 동안 청중의 관심을 사로잡는다면, 그 이후의 대화는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