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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VC 펀드 오브 펀즈: 진실과 편견 (3)
총비용 관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는 펀드 오브 펀즈
Archive: 2025년 2월 24일 발송분
저는 지난주에 두 살 반 된 딸을 데리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 다녀왔습니다. 잭슨 폴록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예상대로 그림에는 거의 관심이 없더라고요ㅎㅎ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작품에 너무 가까이 가서 혼나기도 하고, 정신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커다란 오브제 같은 작품에는 조금 흥미를 보이길래, 일단 ‘미술관 데뷔’는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당분간 SFMoMA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네요ㅎㅎ
SFMoMA에서 관심을 보인 작품 중 하나
지난 2주 동안 저는 ‘VC 펀드 오브 펀즈: 진실과 편견’ 시리즈 (1)과 (2)를 통해 펀드 오브 펀즈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진실을 다뤄왔습니다. 첫 번째는 수익률 프로필에 대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정보 상품으로써의 역할이었습니다.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총비용 개념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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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 조직에서 가장 큰 비용 항목은 여전히 인적 자원입니다. 올바른 인재와 컴퓨터 한 대씩만 있어도 투자 조직은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어떻게 인적자원 및 비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연간 예산이 100억 원인 조직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조직이 두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봉, 출장비, 사무실 임대 및 기타 운영비 등을 합산하면 총 10억 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실제로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90억 원입니다. 즉, 10%가 비용으로 배분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이 조직이 벤처 펀드 투자의 가치를 깨닫고 벤처 펀드 투자를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지난 두 편을 읽고 나서 결심했겠죠!). 벤처 펀드 투자는 미국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자리 잡힌 전략으로서,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을 넘어 딜 소싱 및 시장 정보 확보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이 조직은 다음 세 가지 선택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1. 펀드 투자 전문가를 새로 채용한다.
2. 기존 팀원들에게 펀드 투자를 추가 업무로 맡긴다.
3. 펀드 오브 펀즈에 투자해 역량을 보강한다.
첫 번째 옵션인 전담 인력 채용은 직관적으로는 가장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려움이 따르며 비용도 상당히 큽니다. 적합한 인재를 찾는 데 몇 달이 걸릴 수 있고, 잘못된 채용은 팀 전체에 장기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설령 적임자를 찾더라도, 미국의 시니어 어소시에이트나 프린스플 레벨의 경우, 연봉, 복리후생, 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연간 최소 20만~30만 달러 (약 2.8억~4.2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조직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두 번째 옵션, 즉 기존 팀이 펀드 투자까지 병행하는 방안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펀드 투자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합니다. 스타트업 투자와 펀드 투자는 소싱 과정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심사 과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A16Z와 Benchmark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경험, 노하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 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다면 누구나 이 역량을 습득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입니다.
이제 세 번째 옵션, 즉 펀드 오브 펀즈에 대한 투자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거나 기존 팀을 과부하시키는 대신, 가장 시간 소모적인 업무(소싱 및 심사)를 아웃소싱하는 것입니다. 비용은 어떨까요? 벤처 펀드와 달리, FoF의 관리 보수는 일반적으로 1%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FoF에 30억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관리 비용은 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담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기존 네트워크, 전문성, 시장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물론, 모든 투자자에게 FoF가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예산이 있어 직접 팀을 꾸리고 내부적으로 FoF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총비용 관점에서 FoF는 매력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신규 역량을 직접 구축하는 부담 없이 단기적으로 투자 전략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 지식, 네트워크를 레버리지하여 더 나은 접근성과 장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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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VC 펀드 오브 펀즈: 진실과 편견’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이 글을 통해 FoF가 벤처 투자 생태계에서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전략적 도구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펀드에 투자할지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정보의 사각지대를 줄이며, 장기적 성공을 위한 최적의 포지셔닝을 구축할 것인가입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가 중요한 자산이 되어가는 투자 환경에서, 펀드 오브 펀즈는 여전히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시리즈가 조금이라도 공감을 불러일으켰기를 바랍니다!